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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리바람

1 눈물을 머금은 하늘

 

목소리가 퍼지는 하늘의 번개가 쥐구멍으로 쳐 내리는 것이 눈에 선히 보인다. 아, 저 구름은 무슨 구름일까 저런 구름의 것이

예쁘다 생각하는 것이 추상적이니 보는 눈 안의 하늘이 푸르더구나. 눈물이 맺힌 해와 달은 보았던가, 그 해달은 저를 찾지 못해 하늘은 도리어 한 방울을 흘러 내렸지.

 

간밤의 어느 달은 나를 찾아 방긋 미소지어 제 빛을 내는데 햇빛이었더라.


 

2 겨울은 여름을 품어

 

새파랗고 새하얀 것이 어디에서부터 루프가 되어 반복이 되는 것일까, 사소히 궁금하던 일상 속 하늘에 관심을 가지지 않던 소년이 익숙하지 않다. 왜 이렇게 관심이 많은가, 왜 그렇게 관심사에 세상이라는 것이 있을까. 급히 가면을 써서 가리는 것이 제 부끄러워

구름이 달을 가리는 것과 비슷히 행동하던 소년에게 물음을 던진다. 오는 대답이 없어도 눈 내리는 여름 하늘을 바라보며 누군가를 만나기를 바라는 소년소녀의 뒷태는 구슬피 보일 뿐이로다.

 

겨울과 여름은 상반이다. 춥고 덥다, 그 뿐. 그러한 사소한 날에 의문을 가지지 말자며 디데이를 센게 언제였지.


 

3 그림자와 빛은 공존하는데 왜 해달은 공존하지 못하나

 

해와 달이 만든 것은 아니나, 자연스레 둘이 가진 것이 있노라. 음양의 것을 가진 그 둘에게서 자연이 가진 것처럼 품었다더라.

서로가 모순적이도록 그림자는 빛을 품되, 절망이 있어 희망이 있다며 알려주는 법이고. 그것이 달이라고 한다면 음의 기운으로 누군가의 운韵이 되며, 빛은 그림자를 품으며 성공이 있으면 수많은 실패가 있으리랴며 목소리를 올리는 법이니.

 

사람도 그럴 수 있을 존재인데 돌이킬 수 없을 죄목은 해달과도 같다. 어찌하여 그 둘은 공존조차 못해 서로를 바라보지 못하는가, 먼저 떠나는 것이 달이라고 한다면 칼을 든 소녀가 도망치는 것을 보며 아무것도 하지 못해 후회를 잡지도 못한다.


 

4 밤에 뜨는 해

 

꽃봉아리가 제 입을 열어 잎을 피우는데 시간이 걸린다고 한들, 무한히 변하는 세상이 무엇하러 존을 내세우는가. 이미 죽은 자는 죽은 자이며 어느 누구든 업은 있노라. 하여 법을 따르라! 밤에 뜨는 저 해는 호랑이일까, 해태일까. 아저씨나 할아버지. 아주머니나 할머니, 하늘에 걸린 해를 세어보느랴 밤을 꼬박 새어 간다. 심야에 피워지는 꽃이 어딨던가, 여기 있었으니.

 

불꽃이 강강술래를 하여 뛰는 사람들과 같이 춤을 춘다. 바람에 몸을 맡겨 춤을 추는 해꽃은 봉아리를 틀어 놓아 제 후회를 부추겨 물로 식히지도 못하렸다.


 

5 가을은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금과도 같다

 

해가 지나 달도 지나, 달이 뜨니 해도 뜨는 법처럼 제로가 있다하면 백도 있을 세상의 이치는 자연이 만들지도 않는다. 자연은 자연으로 사람은 사람이로다. 빚어내는 갯벌에 씻어 내려가 빛을 발하는 보석이 있으면 그것은 금이로되, 제 아무리 노력해도 성장치는 않는다. 무한한 해에 대어 보아도 녹아내리는 것이 무엇인가, 금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쇳덩어리 일 뿐. 이겨내야 할 것이 무엇이냐며 물음을 던지니 오는 건 깨진 가면뿐이로다.

 

금괴는 노력과 재능으로 빚어낼 수 있다. 그것 뿐이라며 세상은 항시 사람들에게 이를 알려줄 터인데, 알지 못할 사람은 썩어 문드러져 세상에 익숙치 아니할 것으로 봉숭아 물 들이듯 변한다.


 

6 물은 불을 품어 수증기를 내보내며

 

새하얀 눈을 보았다. 눈밭에 찍힌 저 발자국이 고양이의 것인지 토끼의 것인지를 보았다. 아주 작은 토끼가 깡총 뛰어간 발자국 위에 고양이의 발자국이 하나 둘 찍혔으니 그것에 홀리는 자는 없다. 마주하여 바라본 것은 절벽 뿐이고 몸을 내던져야 광경이 보여올 것에 대한 죄책과 책망이 휘몰려온다. 꺼져, 저리가. 나혼자 살거야 저리가저리가저리가. 떨쳐낼 수 없을 유혹을 견디지 못해 뛰어 내리니 눈알이 뽑힌 토끼 한 마리와, 눈알과 머리가 터져버려 불이 날 듯할 고양이 한 마리를 보며. 겁 먹은 토끼 앞 짐승은 무슨 혼종인가! 늑대와 호랑이가 엮여져 있는 미친 것이 이빨을 드러내 먹으려 있는 것이 아닌가. 토끼 하나라도 살리고자 파수꾼은 그 토끼라도 데려가 내려간다.

 

아가야, 네게 물어 볼 것이 있는데 나중에 답을 주어도 되니. 네게 있어서 무한한 8을 무엇으로 생각하는가, 너는 무한이 끊어진다면 어느 형태로 나는지 천천히 네 답을 찾아가라.


 

7 저런 재앙을 보았나! 서리바람이 불어 꺼지게 해라

 

내 이름, 내 나이. 모든 것이 거짓이라 한다면 깨트릴 가면조차 없다. 이미 금이 가며 깨져가고 있는 가면은 비로소 나인데 내가 나를 심판하여 판결 내리는 것이 말이 된다는 것이라 생각하는가, 아니다. 심판할 자격조차도 없다. 판단과 생각의 가치와 차이는 있을 터인데, 내게 오는 삿대질은 쥐새끼는 죽어버리라 것뿐이다. 쥐는 쥐고 사람은 사람일 법, 결코 심판하는 목소리에 흔들리지 않는다.

 

네까짓 것들이 뭔데 나를 정하는데? 

 

심판을 한들 같은 사람끼리 한다면 그저 싸움뿐이렸다, 사는 사람들 전부가 무식하니 불가살 답게 나오는 것이 아닌가 하여. 제 각각의 악마를 품는다 하여도 그 말에 휘둘러 뒈져 버리는 새끼가 이상한 법이지, 하늘의 목소리겠나. 주변을 보면 그들의 목소리로 하여금 누가 그 사이에 주저 앉아 있더라도 구원의 손은 더럽지 않으니 뻗어낼 용기를 가진 파수꾼을 찾아 다녀봐, 새하얗진 않지만 그나마 미세하겐 의지 정도 할 수 있을테니.